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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직업들

by 헤이주연 2025. 8. 7.

보안성, 비공개성, 혹은 높은 리스크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직업들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롭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거 같다.

그런 직업들 중에 몇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한다.

 

숨은 직업들
숨은 직업들

위조지폐 감정 전문가: 진짜와 가짜의 0.01mm 차이를 판독하는 사람들

 

현금을 쓰는 사람이 줄고 있다지만, 위조지폐는 여전히 국가 경제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범죄다. 이로 인해 위조지폐 감정 전문가, 또는 화폐 감정 분석가는 여전히 전 세계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에서 필수적인 인물로 존재하고 있다. 이 직업은 단순히 돈을 ‘잘 보는’ 수준을 넘어서, 보안 인쇄 기술, 화학 분석, 광학 스캐닝 기술, 심지어 범죄 패턴까지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위조지폐는 해마다 더 정교해지고 있다. 고해상도 스캔 기술과 정밀 프린터가 대중화되면서, 과거보다 위조지폐를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위조지폐 감정 전문가는 다층적 분석 장비와 특수 조명을 활용해 지폐에 숨겨진 미세 패턴, 홀로그램, 자외선 반응, 잉크 재질 등을 분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미경 수준의 확대검사나 디지털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기도 한다.

이 직업의 은밀성은 '수사기관이나 중앙은행에 소속되어 일한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고액권의 유통망을 따라가며 위조 범죄 조직을 추적하는 경우, 범죄 수사와 협업하는 일이 잦고, 철저한 신분 비공개가 요구된다. 이들은 종종 외부에 이름조차 노출되지 않으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조차 익명으로 보호받는다.

또한, 위조지폐 감정가는 단순히 문제를 식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위조 방식이 발견되면 중앙은행이나 조폐공사와 협력하여 차세대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도 맡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범죄자와의 ‘기술 전쟁’에서 항상 한 발 앞서 있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전사다.

 

침묵 속의 정보 분석가: 사이버 정보 수집 및 심리전 전문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의 정보전은 전쟁터보다 노트북 화면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은밀한 직업이 바로 사이버 심리전 전문가 혹은 온라인 정보 수집 분석가(OSINT Specialist)다. 이들은 오픈된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회적 여론 흐름을 조정하거나 적의 의도를 파악하는 정밀한 역할을 수행한다.

OSINT(오픈 소스 인텔리전스)는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뉴스 댓글, 위키 등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공식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교차 분석하여 숨겨진 흐름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국가 안보 기관에서는 특정 국가의 여론 조작 시도나, 해킹 단서, 가짜뉴스 확산 경로 등을 추적하기 위해 OSINT 전문가를 고용한다.

사이버 심리전 전문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군중심리 조작까지 다룬다. 가령, 특정 이슈에 대해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분열시키는 목적의 ‘댓글 부대’를 파악하거나, 반대로 그 흐름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고차원적인 심리학과 기술이 결합된 분야이며, 특정한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전문 조직에 소속되어 은밀히 활동한다.

이 직업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실제로는 컴퓨터 화면 뒤에 있지만, 전 세계적인 정치·사회 변동을 일으키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정보기관, 국제 NGO, 언론 조사팀, 다국적 기업의 위기관리팀 등에서 활동하며, 보통 그들의 작업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당연히 개인의 신상도 비공개이며,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보일 때가 많다.

즉, 이들은 정보를 무기로 삼는 전사들이다. 총이나 탱크 없이도, 전쟁보다 치명적인 싸움을 벌이는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보 특수부대라 할 수 있다.

 

인간과 죽음을 연결하는 직업: 법의학 수의사와 검시전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법의학 하면 보통 사람의 죽음을 다루는 직업이 떠오르지만, 최근 들어 주목받는 은밀한 직업 중 하나는 바로 법의학 수의사(Veterinary Forensic Pathologist)다. 이들은 동물의 사인을 규명하고, 학대·불법 거래·실험동물 문제 등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는 전문가다. 특히 반려동물 인구가 폭증한 현대 사회에서, 이 직업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법의학 수의사는 경찰 혹은 동물보호단체의 요청으로 동물의 시신을 해부하고, 학대 정황이나 외부 충격의 흔적, 독극물 여부 등을 판단한다. 가령,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서 가해자가 고의로 죽였는지, 사고로 죽었는지를 판별하는 데 이들의 전문성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법률 지식, 병리학, 심리학까지 종합적으로 요구되며, 재판에서 증언하는 전문가 증인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또 다른 은밀한 직업으로는 반려동물 전문 장례지도사가 있다. 단순히 장례를 돕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 빠진 보호자들의 정서를 돌보고, 마지막 순간을 의식적으로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감정 케어+장례 전문가’다. 특히 임종 전 컨설팅, 유골 처리 방식 상담, 심리적 이별 가이드 등을 수행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높은 정서적 숙련도를 요구한다.

이들 직업의 공통점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되, 인간보다 더 외면받는 존재들을 위한 역할이라는 점이다. 동물의 생명권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기 시작하면서, 이 직업들은 점점 더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고 있으며, 그만큼 사명감과 감정 노동이 결합된 고난이도의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직업들은 직업 자체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동물학대의 민감한 이슈, 사망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감정적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대중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