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 속,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일과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남극에서 따뜻한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 – 남극 기지 요리사
영하 60도. 끝없는 설원과 얼음 속.
그 극한의 환경에서조차 사람은 살아가고, 또 ‘먹어야’ 한다.
그 일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남극 기지 요리사다.
남극 기지에는 과학자, 엔지니어, 기상 관측자, 구조대 등 다양한 직군이 상주하지만,
그들이 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식사의 위로 덕분이다.
단조로운 환경 속에서 따뜻한 국물 한 그릇, 갓 구운 빵 냄새는
그 어떤 실험 성과보다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을 준다.
남극 기지 요리사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전기와 난방, 식재료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하루 세 끼 수십 명의 식사를 직접 요리한다.
물론 신선한 식자재는 거의 없다.
모두 장기 저장 가능한 냉동, 건조, 통조림 형태로
반 년 이상 치를 미리 가져오기 때문에
창의성과 응용력이 매우 중요하다.
“재료가 한정되어 있어 매번 같은 음식이 되지 않도록
창의적으로 조합하는 게 제 일입니다.”
실제로 일부 남극 요리사는 매끼 새로운 메뉴를 고안하고
기지 블로그나 SNS에 식단을 기록하기도 한다.
남극 기지 요리사는 단순한 요리사라기보다,
사기와 심리 상태를 관리하는 중요한 조력자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이 세상 끝에서 가장 인간적인 직업 중 하나다.
초원과 전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자 – 몽골 유목민 통신 관리자
몽골의 광활한 초원.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도 사람보다 가축을 더 많이 마주치는 이 땅에서
현대 기술과 전통 유목 생활을 잇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유목민 통신 관리자다.
몽골은 국토의 30% 이상이 유목민의 이동 생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가축을 따라 수시로 이동하며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통신, 행정,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의 공백이 생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초원 위의 ICT 전문가, 즉 유목민 통신 관리자다.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말 그대로 ‘이동하는 인터넷 지원자’다.
지방정부나 NGO와 계약을 맺고,
위성 통신 장비, 간이 무선 기지국, 태양광 발전 장비를 이끌고
유목민 가정을 방문해 통신망을 점검하고, 연결을 유지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온라인 학교 수업을 연결해주는 교육 조력자,
원격 의료 상담을 위한 네트워크 조율자,
유목민 행정 민원 접수 대행자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전파가 닿지 않으면 아이들은 공부를 못 하고,
병이 나도 의사에게 연락할 수 없어요.”
한 통신 관리자는 말한다.
“그 통로가 제가 되는 거죠.”
몽골 초원에서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고 있는 그 지점.
유목민 통신 관리자는 그 경계선에서
기술이 인간 삶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생명의 균형을 지키는 첩보원 – 아프리카 초원의 해충 추적자
사바나의 뜨거운 대지 위.
하이에나, 코끼리, 사자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해충’이 이곳 생태계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그 중심에서 조용히 활약하는 이들이 바로
아프리카 초원의 해충 추적자다.
이들은 단순한 해충 박멸원이 아니다.
생물학, 생태학, GPS 기술, 기상 분석 등 다양한 역량을 바탕으로
해충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번식 패턴을 예측하며,
해당 지역의 방역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메뚜기 떼, 이집트숲모기, 체체파리 등
농작물과 인간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는 종들이 주된 대상이다.
이들은 때때로 수십억 마리 단위로 이동하며,
수천 킬로미터를 하루 만에 이동할 수도 있다.
추적자들은
드론을 띄워 지역별 해충 밀도를 분석하고,
현장에서 직접 채집 및 DNA 분석을 하며,
긴급 방제 계획을 세워 현지 정부와 협력한다.
“우리가 하루 늦게 대응하면, 그 지역 농사는 끝입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해충 분석가는 말한다.
“우리 일이 눈에 잘 안 띄지만, 안 보이면 오히려 큰일 나요.”
이 직업은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다.
생태계를 수호하는 필드 워커이자, 환경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문가다.
극한의 열기 속에서 생명을 지키는 이들의 조용한 전쟁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분명히 우리 삶에 영향을 준다.
‘직업’이라는 단어는 익숙함을 떠올리게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남극의 얼음 속, 몽골의 바람 위, 아프리카의 열기 속에서
누군가는 요리하고, 전파를 설치하고, 해충을 추적한다.
생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그들의 일은
인간이 어디에서든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증명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이
어쩌면 당신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